청년 지원금

청년 우울증 증가, 청년지원금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happysscg 2025. 7. 15. 22:49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 문제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이건 사회 구조 전반에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그 중심에는 불확실성과 단절감, 그리고 자기 가치의 상실이 존재한다. 많은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으로 대체되며, 청년들은 반복되는 면접 탈락과 낮은 연봉 앞에서 자존감을 잃는다.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단순히 돈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삶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특히 20대 후반~30대 초반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때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결혼이나 출산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이런 구조적인 불평등은 점점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비교와 상대적 박탈감까지 겹치면서, 우울증은 이제 청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일상적 정서’가 되어가고 있다.

청년지원금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청년 우울증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울증은 점점 더 깊고 광범위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20~34세 청년의 수는 5년 전보다 무려 38% 증가했다. 하지만 이 중 치료나 상담을 제대로 받은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여전히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과, 비용 부담, 시간 부족 등이 치료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단순히 ‘기분’이나 ‘컨디션’ 정도로 여기는 사회 인식도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청년지원금, 단기적 완화 효과는 있지만 우울증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우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청년지원금’을 확대해왔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청년수당, 청년월세지원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등이 있다. 이 지원금들은 일시적인 생활 안정에는 분명 효과가 있다. 특히 구직 중인 청년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며, 실제로도 “한 달 생계를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준다”는 응답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원이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청년수당은 6개월 동안만 지급되고, 월세지원금 역시 소득기준과 주거형태에 따라 제한적이다. 지원이 끝나는 순간, 청년들은 다시 불안정한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지원금은 잠시의 숨통은 틔워주지만, 정신적 안정을 위한 지속 가능한 기반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실제로 2023년 한국청년정책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지원금을 받은 청년 중 63%가 “지원금 종료 후 더 큰 허탈감과 불안감이 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지원금을 받는 동안은 보호받는 느낌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더 외로워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처럼 일시적인 금전적 도움만으로는, 청년의 지속적인 정신건강 유지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청년 우울증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해결’로 치유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정서적 고립, 자존감 하락, 사회와의 단절이다. 이는 돈이 아닌 사회적 연결망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년지원금은 ‘시작’이 될 수는 있어도, ‘해결’이 될 수는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 연결과 지속 가능한 지지 체계

 

현재 일부 지자체와 민간 기관에서는 기존의 경제적 지원 외에 청년의 정서적 회복과 사회적 소속감을 높이는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서울시의 ‘청년마음건강바우처’가 있다. 이 제도는 전문 심리상담사를 통해 정기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바우처 형태의 비용을 지원하며, 1인당 최대 12회의 상담을 제공한다.

 

초기 조사에 따르면, 바우처 이용자 70% 이상이 “일상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응답했고, 80%는 “지속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한 약물치료나 휴식이 아니라, 정서적 연결망과 꾸준한 심리적 지원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커뮤니티 기반의 접근도 중요하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또래 청년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청년 멘탈 헬스 그룹’이나 ‘비대면 집단상담 플랫폼’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정서적 커뮤니티 기반의 멘탈헬스 케어 시스템이 확대되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청년의 정신건강을 단순한 복지 항목이 아니라, 미래 인력 유지를 위한 사회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우울증은 단지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일상적으로 접근 가능한 심리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청년 정책은 이제 ‘돈’이 아니라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청년 우울증 문제는 돈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들은 지금 단지 지원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내가 의미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받고 싶어한다. 그 확신은 단기적 금전 지원이 아닌, 사회적 인정, 지속적인 정서적 케어, 삶의 방향성에 대한 안내 속에서 형성된다.

 

미래 청년정책은 단순한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라,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긴 호흡으로 동행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리상담 시스템의 국가 주도화, 커뮤니티 정신건강 센터 확대, 청년 멘토링 시스템 운영 등 다양한 정서 기반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 설계에 있어서도 청년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하며, 실효성 있는 피드백 루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청년 정책이 ‘위에서 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청년이 스스로 요구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는 참여형 모델이 되어야 한다.

우울증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며, 청년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청년 한 명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