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청년들 사이에서는 ‘빚투’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의미의 이 신조어는 단기간에 자산을 늘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자산 시장에서 흔히 사용되었다. 그러나 2025년이 된 지금, 그 결과는 대부분이 후회로 돌아왔다.
청년들이 ‘빚투’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한 욕심 때문이 아니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생활비 부담, 취업 불안정 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대화되었고, 이에 따라 "지금이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공포심이 확산되었다. 정부나 사회가 제공하는 안전망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청년 투자자 중 약 28%는 ‘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60% 이상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후회된다”고 답했으며, 특히 코인 폭락이나 주식 하락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사례들이 많았다.
이 글에서는 청년들이 ‘빚투’로 인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그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다시 삶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청년 지원 제도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단순한 실패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이후 어떻게 회복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제도가 준비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목표다.
‘빚투’의 끝은 어디인가: 청년 부채 사례 3가지
첫 번째 사례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이던 이준호(29세, 가명)의 이야기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을 가졌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각종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며 결국 신용대출 2,000만 원을 받아 코인에 올인했다. 그 결과, 2022년 가상화폐 급락 사태로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고, 2025년 현재까지도 매달 이자만 30만 원 이상을 납부하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는 박소연(26세, 가명)의 사례다. 대학 시절 학자금 대출을 이미 1,500만 원 정도 안고 있었던 그녀는, 취업 후 ‘영끌’로 전세 자금을 마련해 독립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회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직하게 되었고, 고정 수입이 끊기자 결국 신용카드 연체까지 이어졌다. 현재는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하락해, 다시 취업을 하더라도 금융생활 전반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 사례는 대학을 중퇴한 뒤 자영업에 뛰어들었던 김재훈(31세, 가명)의 경험이다. 그는 배달 전문 소형 식당을 창업하며 정부 창업 대출과 개인 대출을 포함해 약 5,000만 원의 자금을 끌어다 썼다. 하지만 예상보다 매출이 오르지 않았고, 월세와 원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1년 만에 폐업했다. 그 이후 그는 신용불량자로 등재되었고, 현재는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청년 부채가 단지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빈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투자를 하더라도 정보와 준비, 금융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그런 기반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후회만 하지 말자: 청년을 위한 부채 관련 청년지원금 제도 안내
청년들이 부채에 빠진 이후에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청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회복위원회 청년 특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만 19세에서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연체 채무가 있는 경우 채무 조정을 통해 상환 기간을 늘려주고, 이자를 낮추어주는 제도다.
또한, ‘청년채무조정지원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감독원이 연계하여 제공하는 제도로, 신용등급이 낮은 청년들에게 법적 회생절차가 아닌 자율조정을 통해 채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상담부터 신청, 결과 통보까지 모든 과정이 모바일로 가능하며, 자격 요건도 비교적 유연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 외에도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 ‘청년도약계좌’, ‘희망저축계좌’ 같은 장기적 자산 회복 프로그램은, 일정 금액을 저축할 경우 정부가 추가 지원금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정부가 약 50% 수준으로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
만약 부채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면,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청년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제도는 과잉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과 부채 조정, 금융 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며, 채무자의 사회 복귀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 스스로가 자신의 재무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원 제도는 일정 소득 이하, 또는 신용등급이 특정 기준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패 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빚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투자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어떻게 삶을 다시 세우느냐에 있다. 청년들의 부채 문제는 단순한 재정적 이슈를 넘어서 삶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정부와 사회는 이제 단순한 대출 지원이나 부채 탕감보다는, 청년들이 재무적 회복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 자신도 더 이상 실패에만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인 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지원제도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상담을 받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더 이상 혼자서 짊어질 필요는 없다. 사회는 이미 당신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와 실행력이다.